유충선 목사(그레이스상담센터)
코로나 전에 진행했던 집단상담(감수성훈련)을 가을학기에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떤 분들을 집단에서 만날지 가슴이 설렌다. 이번 글에서는 집단상담에서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지금-여기”(here and now)에 살펴보려 한다. “지금-여기”는 다만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뿐만 아니라 소그룹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중요한 기술이다.
“지금-여기”는 문자 그대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경험하느냐를 인식하고 자각하는 것이다. 집단상담에서는 누가 무엇을 말하든지 상대방의 얘길 들으면서 순간순간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집단상담은 소사회다. 그 안에서 집단 구성원들 간의 시기, 질투, 부러움, 열등감, 위축, 두려움, 우월감, 교만 등 가족이나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대인관계 역동이 일어난다.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것은 지금-여기서이다.
오래전에 다른 전문가가 진행하던 집단상담의 경험을 소개한다. 4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이혼하자고 해서 너무 마음이 괴롭고 힘들어했다. 모든 집단 구성원이 함께 가슴 아파하며 공감과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흐느끼고 있던 40대 여성분에게 “왜 그렇게 살고 있냐? 뭘 그런 걸 가지고 힘들어하느냐? 그냥 이혼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며 화를 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았다면 대부분 아내는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을까? 이것이 보편성인데, 보편성을 벗어난 반응들은 그 사람의 문제를 암시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 여성분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모든 사람이 그분을 주목했다. 리더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물었다. 그 여성분은 ”나는 평생 남편이 어느 날 그만 같이 살고 헤어지자! 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차피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이니 미련 없이 보내주어야지! 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외도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난다.”라고 했다.
집단의 리더는 “지금-여기”에 집중했기 때문에 한 구성원의 의외 발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그분이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 여자분은 “버림받음의 도식”이 있었다. 이는 어릴 적에 엄마가 죽으면서 생긴 것이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죽은 것을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 보니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남편에 대한 불신은 그녀의 인지 도식이 현실을 왜곡한 결과였다.
“지금-여기”가 의미 있게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요인들이 필수적이다. 먼저, 구성원들은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태도 등을 잘 관찰해야 하고,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둘째, 자기 개방과 피드백이 잘 돼야 한다. 자기 개방이 잘 되려면 집단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 신뢰는 이 집단에서 어떤 얘기를 하더라고 이해와 공감을 받을 것이며, 반대로 비난이나 판단은 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서 생긴다. 그리고 집단의 리더(전문가)가 전문성을 가지고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자기 개방 후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문제 해결을 받지 못하면 자기 개방한 사람이 매우 무안하게 되거나 자신을 개방한 것을 후회하거나 상처를 받게 된다. 집단상담에서 자기 개방은 흔히 한 사람의 문제를 전문가가 잘 집어 주고 해결해 준 이후부터 활성화된다.
피드백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그러나 피드백을 줄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권위주의적으로 충고나 권면할 때, 듣는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거나 마음이 상하게 된다. 소그룹에서 흔히 있는 실수다. 피드백을 줄 때는 부드럽게 주되 다음의 원칙들이 지켜져야 한다. 먼저, 가능한 한 지금 일어난 일 자체에 대해 피드백해야 한다. 말한 내용을 판단하거나 해석하기보다는 들은 사람의 구체적인 관찰 내용이나 느낌에 초점을 둔다. 둘째, 일반적인 피드백보다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말한 사람의 부분적인 면을 피드백한다. 이를테면, “당신은 매우 따뜻한 분이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을 차갑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 더 얘길 해볼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말하면 듣는 사람도 저항하거나 방어적이지 않게 된다.
집단상담은 “나”와 “너”에게 진정성 있게 관심을 두고, 서로를 세워주려는 마음을 가진 참된 만남이다. 이 만남의 기본 정신은 “긍휼함”(compassion)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주님이 인간에게 가지셨던 마음이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compassion)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 9:36). 어떤 사람은 현대인의 특징을 다른 사람에 대해 무감각하고 냉담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런 사회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님의 긍휼함이 아닐까? “긍휼함”(compassion)은 “함께”(com)와 고난 (passion)이 결합한 용어로 다른 사람의 고난과 아픔에 함께하는 마음이다. 긍휼함이 풍성한 만남에서 변화와 성장이 일어난다.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힘을 주는 만남! “지금-여기”에서 꼭 필요한 만남이다. 사실, 이런 만남의 원형은 집단상담이 아니라 주님과의 만남이고, 믿는자들의 소그룹 모임이 아닐까?
유충선 목사(그레이스상담센터)
코로나 전에 진행했던 집단상담(감수성훈련)을 가을학기에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떤 분들을 집단에서 만날지 가슴이 설렌다. 이번 글에서는 집단상담에서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지금-여기”(here and now)에 살펴보려 한다. “지금-여기”는 다만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뿐만 아니라 소그룹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중요한 기술이다.
“지금-여기”는 문자 그대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경험하느냐를 인식하고 자각하는 것이다. 집단상담에서는 누가 무엇을 말하든지 상대방의 얘길 들으면서 순간순간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집단상담은 소사회다. 그 안에서 집단 구성원들 간의 시기, 질투, 부러움, 열등감, 위축, 두려움, 우월감, 교만 등 가족이나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대인관계 역동이 일어난다.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것은 지금-여기서이다.
오래전에 다른 전문가가 진행하던 집단상담의 경험을 소개한다. 4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이혼하자고 해서 너무 마음이 괴롭고 힘들어했다. 모든 집단 구성원이 함께 가슴 아파하며 공감과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흐느끼고 있던 40대 여성분에게 “왜 그렇게 살고 있냐? 뭘 그런 걸 가지고 힘들어하느냐? 그냥 이혼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며 화를 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았다면 대부분 아내는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을까? 이것이 보편성인데, 보편성을 벗어난 반응들은 그 사람의 문제를 암시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 여성분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모든 사람이 그분을 주목했다. 리더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물었다. 그 여성분은 ”나는 평생 남편이 어느 날 그만 같이 살고 헤어지자! 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차피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이니 미련 없이 보내주어야지! 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외도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난다.”라고 했다.
집단의 리더는 “지금-여기”에 집중했기 때문에 한 구성원의 의외 발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그분이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 여자분은 “버림받음의 도식”이 있었다. 이는 어릴 적에 엄마가 죽으면서 생긴 것이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죽은 것을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 보니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남편에 대한 불신은 그녀의 인지 도식이 현실을 왜곡한 결과였다.
“지금-여기”가 의미 있게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요인들이 필수적이다. 먼저, 구성원들은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태도 등을 잘 관찰해야 하고,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둘째, 자기 개방과 피드백이 잘 돼야 한다. 자기 개방이 잘 되려면 집단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 신뢰는 이 집단에서 어떤 얘기를 하더라고 이해와 공감을 받을 것이며, 반대로 비난이나 판단은 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서 생긴다. 그리고 집단의 리더(전문가)가 전문성을 가지고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자기 개방 후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문제 해결을 받지 못하면 자기 개방한 사람이 매우 무안하게 되거나 자신을 개방한 것을 후회하거나 상처를 받게 된다. 집단상담에서 자기 개방은 흔히 한 사람의 문제를 전문가가 잘 집어 주고 해결해 준 이후부터 활성화된다.
피드백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그러나 피드백을 줄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권위주의적으로 충고나 권면할 때, 듣는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거나 마음이 상하게 된다. 소그룹에서 흔히 있는 실수다. 피드백을 줄 때는 부드럽게 주되 다음의 원칙들이 지켜져야 한다. 먼저, 가능한 한 지금 일어난 일 자체에 대해 피드백해야 한다. 말한 내용을 판단하거나 해석하기보다는 들은 사람의 구체적인 관찰 내용이나 느낌에 초점을 둔다. 둘째, 일반적인 피드백보다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말한 사람의 부분적인 면을 피드백한다. 이를테면, “당신은 매우 따뜻한 분이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을 차갑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 더 얘길 해볼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말하면 듣는 사람도 저항하거나 방어적이지 않게 된다.
집단상담은 “나”와 “너”에게 진정성 있게 관심을 두고, 서로를 세워주려는 마음을 가진 참된 만남이다. 이 만남의 기본 정신은 “긍휼함”(compassion)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주님이 인간에게 가지셨던 마음이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compassion)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 9:36). 어떤 사람은 현대인의 특징을 다른 사람에 대해 무감각하고 냉담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런 사회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님의 긍휼함이 아닐까? “긍휼함”(compassion)은 “함께”(com)와 고난 (passion)이 결합한 용어로 다른 사람의 고난과 아픔에 함께하는 마음이다. 긍휼함이 풍성한 만남에서 변화와 성장이 일어난다.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힘을 주는 만남! “지금-여기”에서 꼭 필요한 만남이다. 사실, 이런 만남의 원형은 집단상담이 아니라 주님과의 만남이고, 믿는자들의 소그룹 모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