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선 목사(그레이스상담센터 소장)
어떤 부부는 아내가 시댁을 다녀올 때마다 불면과 불안, 각종 신체 증상에 시달린다. “시댁에 다녀오면 며칠은 너무 힘들어. 어머님 말씀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늘 못마땅해하시고 잔소리를 많이 하시잖아. 더는 시댁에 못 가겠어.” 이 말을 들은 남편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당신이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라 그래. 우리 엄마는 그렇게 잔소리가 많은 분이 아니야.”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갈등의 원인을 아내의 성격 문제로 돌린다. 남편은 아내의 고통을 외면하는 ‘부인’(denial)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아내는 자신의 고통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고, 동시에 남편이 언제나 어머니 편만 든다는 생각에 많이 서운하고, 정서적으로 큰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간혹 남편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남편은 어머니의 문제를 인정할 경우 생길 압도적인 불안을 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한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부인’이라는 ‘자아 방어기제’다. ‘자아 방어기제’란, 우리의 본능적 욕구와 초자아(도덕성)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그로 인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자아가 사용하는 심리적 장치다. 자동차의 엔진 과열을 막는 냉각수에 비유할 수 있다. 방어기제를 사용해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 심리적·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자아 방어기제는 다양하지만, 그중 근본적인 것은 분열, 부인, 억압이다. 분열과 부인은 유아적 방어기제로, 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강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자아가 매우 약하다. 반면 억압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다.
‘부인’은 현실의 고통스러운 사실이나 감정을 외면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수단이다. 예를 들어, 심각한 질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려는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부인은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돕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회피할수록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은 약해지고, 외로움과 고립감이 깊어진다. 외면당한 감정은 결국 더 큰 갈등이나 위기로 폭발하게 된다. “남편은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어요. 늘 제가 잘못했다고 우겨요. 너무 괴롭습니다. 요즘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처럼 ‘부인’ 방어는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소통은 단절되고, 문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반복되고 증폭된다. 결국. 신뢰는 떨어지고, 부부 사이의 친밀감은 서서히 무너진다. 성격장애, 중독, 조울증을 겪는 사람이 ‘부인’ 방어를 병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인’ 방어는 극복될 수 있을까? 또 그것을 주요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사람과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부인’의 극복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그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방어를 깨기 위해서 사실을 들이대거나 지적해서 현실적으로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 오히려 진실을 말해도 버림받지 않고 관계가 유지되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또 그 사람의 자아가 더 힘이 생겨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지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 감사하게도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얼마든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 두려움, 악한 생각, 죄 등을 아시는 분이시다(시 139:23-24). 그런데도 하나님은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떠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부인’ 방어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하나님과의 진실한 관계는 부부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부인’ 방어를 내려놓게 하는 최상의 치료적 요인이다.
유충선 목사(그레이스상담센터 소장)
어떤 부부는 아내가 시댁을 다녀올 때마다 불면과 불안, 각종 신체 증상에 시달린다. “시댁에 다녀오면 며칠은 너무 힘들어. 어머님 말씀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늘 못마땅해하시고 잔소리를 많이 하시잖아. 더는 시댁에 못 가겠어.” 이 말을 들은 남편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당신이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라 그래. 우리 엄마는 그렇게 잔소리가 많은 분이 아니야.”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갈등의 원인을 아내의 성격 문제로 돌린다. 남편은 아내의 고통을 외면하는 ‘부인’(denial)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아내는 자신의 고통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고, 동시에 남편이 언제나 어머니 편만 든다는 생각에 많이 서운하고, 정서적으로 큰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간혹 남편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남편은 어머니의 문제를 인정할 경우 생길 압도적인 불안을 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한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부인’이라는 ‘자아 방어기제’다. ‘자아 방어기제’란, 우리의 본능적 욕구와 초자아(도덕성)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그로 인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자아가 사용하는 심리적 장치다. 자동차의 엔진 과열을 막는 냉각수에 비유할 수 있다. 방어기제를 사용해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 심리적·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자아 방어기제는 다양하지만, 그중 근본적인 것은 분열, 부인, 억압이다. 분열과 부인은 유아적 방어기제로, 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강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자아가 매우 약하다. 반면 억압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다.
‘부인’은 현실의 고통스러운 사실이나 감정을 외면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수단이다. 예를 들어, 심각한 질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려는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부인은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돕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회피할수록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은 약해지고, 외로움과 고립감이 깊어진다. 외면당한 감정은 결국 더 큰 갈등이나 위기로 폭발하게 된다. “남편은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어요. 늘 제가 잘못했다고 우겨요. 너무 괴롭습니다. 요즘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처럼 ‘부인’ 방어는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소통은 단절되고, 문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반복되고 증폭된다. 결국. 신뢰는 떨어지고, 부부 사이의 친밀감은 서서히 무너진다. 성격장애, 중독, 조울증을 겪는 사람이 ‘부인’ 방어를 병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인’ 방어는 극복될 수 있을까? 또 그것을 주요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사람과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부인’의 극복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그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방어를 깨기 위해서 사실을 들이대거나 지적해서 현실적으로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 오히려 진실을 말해도 버림받지 않고 관계가 유지되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또 그 사람의 자아가 더 힘이 생겨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준히 지지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 감사하게도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얼마든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 두려움, 악한 생각, 죄 등을 아시는 분이시다(시 139:23-24). 그런데도 하나님은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떠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부인’ 방어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하나님과의 진실한 관계는 부부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부인’ 방어를 내려놓게 하는 최상의 치료적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