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 바르게 사용하기

관리자
2023-02-03
조회수 388


 

유충선 목사 (그레이스상담센터 소장)

 

며칠 전, 상담실로 출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좌석버스를 탔다. 한 10분 정도 지나자 차 안이 무척 더워 땀이 났다. 옆 사람도 더는 참기 힘들었는지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하나둘씩 외투를 벗기 시작하였다. 뒤쪽에 서 있던 나는 더우니까 좀 짜증이 났고, 조금 주저하다가 운전 기사에게 ‘차 안이 너무 더위니 히터를 꺼 주세요“라고 소리를 쳤다. 기사가 못 들은 것 같아 한 번 더 했다. 좀 뒤에 히터는 꺼지고 차 안의 온도가 내려갔다. 다른 승객들은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히터를 꺼달라고 소리치기가 쉽진 않았지만, 짜증이 나면서 나의 공격성이 발동되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요구한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좀 더 쾌적한 상태로 갈 수 있었다.

이처럼 공격성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여러 방면에서 꼭 필요하다. 어느 학자는 공격성을 “생명력과 활동성의 표현”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공격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은 누구나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격성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만, 공격성 자체는 중립적이다. 전쟁, 살인, 폭력, 왕따, 성도착 등은 공격성을 나쁘게 혹은 병적으로 사용한 결과다. 하지만 바르게 사용하면 공격성은 우리를 보호하고, 환경에 적응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되는 힘이 된다. 적당한 공격성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는 승부 근성을 가질 수 있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도 있다. 공격성이 약한 사람은 무기력하거나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한다. 또 자기방어를 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기 쉽다.

자녀를 양육할 때, 부모의 공격성은 자녀를 보호하고 독립적으로 키울 수 있게 한다. 아이는 공격성이 부족한 부모에게 불안감을 느낀다. 부모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거나 부당한 일을 거부할 수 없다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위험에서 보호해 줄 수 없다고 믿게 된다.

정당한 공격성의 표현을 강제적으로 억압시킬 때 문제가 생긴다. 이때 공격성은 짜증, 분노, 또는 증오로 나타난다. 자녀를 심하게 체벌하고, 강압적으로 자녀의 욕구나 행동을 억제하는 공격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더 공격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억압된 아이의 공격성은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되어 머리카락을 뽑거나 손톱을 물어뜯거나 의기소침하게 된다. 또는 터무니없는 분노를 부모나 엉뚱한 사람에게 폭발시킬 수도 있다. 또 공격성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외부로 향해야 할 공격성을 자신에게 돌려서 자신을 책망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만일 공격성이 보복의 성격을 내포할 때 증오로 변한다. 이런 경우 패배자나 약자에게 잔인하게 굴게 된다. 더 병리적으로 되는 경우, 악의적인 적대감을 품게 되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여 편집증이나 편집증적 조현병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공격성을 적절하게 표현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격성을 과격하거나 파괴적으로 표현할 때, 아이를 야단쳐야 하지만,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야단을 치고 매를 대는 경우, 아이는 자신의 공격성을 억압하고 자책하게 되며, 진짜 자기로 살지 못하고 가짜 자기로 살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공격성을 받아주고 담아내면, 공격성은 자녀의 인격 속으로 통합되며,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창조성과 긍정성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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